마켓인사이트 5월27일 오후 5시50분

“테마섹은 정보기술(IT), 생명과학 분야에서 성장 단계에 있는 유망 중소·중견기업 투자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등 한류 관련 서비스 분야, 고품격 생활제품 등 중산층 소비재 분야, 장기적으로는 환경 에너지 물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살펴볼 것입니다.” 호칭 테마섹 최고경영자(CEO).
[마켓인사이트] 테마섹 '신사유람단' 400명 방한 왜?
글로벌 주요 국부펀드 가운데 한 곳인 싱가포르 테마섹홀딩스가 임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400여명을 이끌고 처음으로 한국에서 연례 이사회를 열었다. 27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테마섹 이사회에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 김성숙 국민연금 연구원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정·재계, 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2013년 기준 1713억달러(약 175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테마섹은 3년 전부터 매년 두 차례의 이사회 중 한 번은 주요 투자 대상국을 직접 방문해 개최하고 있다. 투자하기에 앞서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012년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해 한국을 찾으려다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올해로 연기했다.

스티븐 포쇼 테마섹 이사는 한국을 찾은 배경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많은 글로벌 브랜드를 앞세워 전 세계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며 “특히 중산층 확대에 따라 테마섹이 주목하고 있는 필수 소비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도 테마섹 임직원들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현안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강연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세션을 맡은 한승수 전 총리는 ‘한국의 경제와 지정학적 위치, 전 세계에서의 역할’을 주제로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소개했다. 함재봉 원장은 ‘한국인의 정서에 대한 이해’를 통해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는 한국인의 주요 특성을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선 이정훈 대사와 김성숙 연구원장, 김병주 회장이 각각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저출산 문제, 투자 전망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 본부 사장이 ‘글로벌 챔피언을 향한 한국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특강에 나서 국내 IT 산업에 대한 테마섹의 관심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참석자들은 투자 대상 국가의 경제 전망과 투자환경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다른 투자회사와 달리 정치 사회 문화를 먼저 이해하려는 테마섹의 접근 방법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함 원장은 “국내 연기금들도 글로벌 투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해당 지역의 각종 정치적, 사회적 리스크에 점점 노출되는 만큼 이 같은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마섹은 2005년 MBK파트너스 펀드에 5억달러를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반도체(2660억원), 셀트리온(3570억원), 한앤컴퍼니(2500억원) 등 한국 기업과 펀드 등에 투자한 상태다.

테마섹 이사진은 전날 국민연금, KOTRA 등을 찾아 국내외 투자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27일 오후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잠재력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정영효 기자 hughu@hankyung.com